저는 일을 일찍 시작했습니다.
만으로 17살,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자주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저는 민규님 나이 때 놀기만 했어요”
“지금 그 정도면 제 나이 때는 엄청나겠어요”
“민규님은 아직 어리니까 기회도 많고 좋겠어요”

기분 좋은 칭찬으로 받아들이다,
문득 흠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말을 하게 될 때가 있거든요.

Skrr 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대단한 프로젝트입니다.
가설 세우고, 베타 서비스를 거쳐,
GTM 전략과 깔끔한 메이커로그까지.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이끈 사람은 디미고 2학년.
EO에도 출연하는 걸 보며,
저절로 ‘나는 저 나이 때 뭐 했나’ 싶었습니다.

저는 비슷한 시점에,
조악한 앱 하나 쯤 만드는 걸로 만족했습니다.
사용자가 얼마나 들어오는 지 알아보거나,
시스템을 모니터링해 보려고 시도하거나,
유저에게 다가가려고 해 보거나,
그런 걸 해 볼 생각을 못 했습니다.
항상 다음 프로젝트를 찾아 떠났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게 다 이럴까? 생각해 보니,
비슷한 비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에서 고등학생 때 전교 1등이었다 말하는 건 바보다.

경쟁하는 필드가 교체되어서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그 나이 때 뭐 했나’를 듣는 필드에 있다가,
그런 걸 말하는 필드로 옮긴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RPG 게임에서 레벨업 하면 사냥터를 바꾸듯 말입니다.

우수한 환경에 속해 있는 건 사실 감사할 일입니다.
다들 자기보다 우수한 사람이랑 어울리고 싶어 하지,
그 반대를 원하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요.
내가 1등인 환경은 기분이 좋긴 해도, 성장하긴 힘듭니다.

이런 마음가짐은 사실 고달프기도 합니다.
경쟁하는 필드가 끝없이 교체되니까요.
그래서 위닝 멘탈리티가 중요하다고 하나 봅니다.
꼴등이어도 경쟁해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 말입니다.
그렇게 평균 이상이 되고, 또 필드를 교체하고.
한두 번 이겨내고 나면 그게 성격을 바꾸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젊은 날의 작은 훈장은, 때로는 커다란 저주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프로를 지망하는 스타트 라인에 섰다고 생각하라고 합니다.
1등이라고 좋아라만 하지 말고, 더 대단한 곳에서 또 1등을 노려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