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는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얇은 이력서로는 절대 취업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이력서가 나보다 두꺼우면 괜히 그 친구가 더 잘 하는 것 같아서,
프로젝트 설명을 주절주절 늘려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SW 마이스터고 연합캠프라는 걸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자료는 해커톤 관련된 뉴스 정도네요.
그 때 ‘모의면접’이라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12개 회사였나, 부스를 만들어 놓고 말 그대로 모의면접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름 이력서도 준비해 가야 했습니다.

제 이력서는 엄청 두꺼웠습니다.
프로젝트가 10개 쯤 됐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중에도 이력서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모의면접을 봤던 회사 중에, 제가 커리어를 시작한 AB180도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를 가지고 30분 동안 집요하게 물어보셨습니다.
후반으로 갈 수록 답변을 잘 못 했습니다.
배포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테스트 코드는 작성하고 있는지,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후배들이 이어받아 개발할 수 있도록 어떤 준비를 했는지,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내심 ‘다른 프로젝트 물어보면 안 되나’ 싶었습니다.

모의면접 시간이 끝나고, 면접 때 받은 질문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두꺼운 이력서의 대부분은 그 질문에 답변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다 비슷한 코드 복붙해서 만든 프로젝트였거든요.
프로젝트를 2개 남기고 싹 지웠습니다.

이력서가 얇아졌습니다.
그래도 좋은 회사에서 저를 받아줬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Lesson Learned가 가장 중요하구나.
프로젝트 하나 가지고도 한두 시간을 얘기할 수도 있겠다.

실무에서도 프로젝트 하나에 수많은 개발자가 붙습니다.
혼자서 프로젝트를 여러 개 했다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요.
잘 가꾼 프로젝트 하나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두 시간 떠들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 1년이 걸려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두꺼운 이력서를 칭찬했던 회사들 중에 연락이 왔던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