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는 56개월 정도를 다녔습니다.
두 번째 회사는 6개월입니다.
너무 잠깐 있다 떠나는 것 같습니다.

백엔드 개발자는 제품과 함께 성장합니다.
제품의 J커브를 온 몸으로 부딪히면서,
서버도 터지고 날밤도 새고.
장애가 또 날까봐 잠들기 두렵고.

그런 진흙탕 구르는 경험.
조직이 더 커질테니,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들어 보는 경험.
Bar raiser가 되는 경험.
그런 경험들이 좋은 시니어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첫 회사에선 백엔드 20명이 나눠서 하던 일을,
작은 버전으로라도 혼자 감당해 보고 싶어 떠났습니다.
Pulumi, Prometheus, Grafana같은 도구들.
CRDT, Protobuf, GraphQL같은 테크닉.

진흙탕 경험을 기꺼이 해 주던 좋은 분들 덕을 많이 봤어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두 번째 회사를 다니고 3개월 즈음부터 권태가 찾아왔습니다.
출근하기 싫어진 적이 오랜만이었습니다.
직장인이면 아침마다 관성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모호한 감정 말고,
출근해서 내가 이뤄낼 수 있는 게 한없이 작아 보였습니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만 있는 것 같다는 느낌.
금방 월급루팡이 될 것 같았습니다.

난이도는 기술적 어려움보단, 레거시같은 복잡계적 부분에서 높았습니다.
이 구조는 레거시를 완전히 이해하는 순간,
Comfort Zone으로 급격하게 진입하게 됩니다.
백엔드에서 느슨한 리더쉽을 하고 계시던 분께 감화되어 학습 조금 하고,
얼마 안 지나 금방 쉬워지고 따분해졌습니다.

첫 회사를 떠나며 회고하던 글에서,
행선지를 바로 공개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서브 블로그에서라도 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네요.

다음 회사는 시니어 레벨로 떠나게 됩니다.
도메인도 어려운데, 리더쉽도 실전입니다.
Comfort Zone에서 WTF Zone으로 튕겨나가게 됐습니다.

이제 프로를 지망하는 스타트 라인에 서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엔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 마음을 다잡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