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였습니다.
등 떠밀려 반장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나한테 관심이 많았나?
하여튼, 돌아보면 고마운 일이긴 한데,
그 때는 모범을 보이라는 말을 듣는 게 참 싫었습니다.

어려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자기들이나 잘할 것이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놀고 싶고 땡땡이도 쳐 보고 싶은걸.

시험 치는 날은 학교가 일찍 끝납니다.
PC방에 간다는 저를 붙잡고 잔소리를 했던 선생님이 그 때는 참 싫었습니다.

그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감이 생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모교인 고등학교에 갈 일이 좀 있었습니다.
후배들 멘토링도 해 주고, 조언도 해 주고, 실무 이야기도 해 주고 등등.
요즘 실험하고 있는 강의 커리큘럼이 있는데,
배워 보라고 끌고 오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 저를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냥 아부 떠는 걸로만 생각했습니다.
에이.. 내가 뭐라고?
하지만 그게 진짜였다는 걸 깨달으니,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습니다.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순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질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 아닐까 싶습니다.
나로 인해 인생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0.1도라도 수정했을 테니까요.

그제서야 급하게 단점들을 고치게 되기도 하고,
나중에 혹시나 업계에서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으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멘토와 멘티는 그렇게 윈윈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
저는 모교의 2기 졸업생인데,
지금 3학년인 7기 후배들까지만 제 얘기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졸업한 지 오래된 사람이 학교에 자꾸 끼면 안 된다 생각하거든요.
저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모습을 본다면 참 뿌듯할 것 같습니다.